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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테리어잡

82빌리어스 와인 바 캐비닛, 가장 우아하고 깨끗하게 와인잔을 보관하는 방법

더현대서울 백화점에서 만난 취향저격 와인잔과 바 캐비닛


 

안녕하세요, 드디어 저의 정체성을 확인한 사진홀릭입니다. 합리적 구매고, 필요 여부고 나발이고 저는 그냥 예쁜 물건을 곁에 두고 지켜보며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넘이었어요. -ㅂ-

 

 

 

 

 

와인을 1년에 한 두번 마실까 말까하는 작자가

 

안에 세팅해둔 이첸도르프 와인잔부터 완전 취향저격

지나가는 길 우연히 본 '바 캐비닛(Bar Cabinet)'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몇 주째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는 게 스스로도 좀 어이없어요. 

 

심지어 무려 169만원 짜리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값이면 제 숙원사업인 김치냉장고를 들일 수 있음)

 

 

 

 

 

오랜 과거의 저는 마트에서 별 생각없이 구입한 와인잔을 주방 근처 컵을 두는 쟁반에 함께 두었더랬죠. (한창 신의 물방울 만화책이 유행하던 시기이자 결혼 직후여서 샀던 듯) 근데 별로 만지지 않음에도 자꾸 먼지가 내려앉고 얼룩이 생겨 정작 와인잔이 필요할 때 외면하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더군요. 결국은 지나가다 건드려서 깨먹었다요. 

 

이후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지인으로부터 와인잔을 선물받고는, 다시 '와인잔 있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이건 절대 깨트리지 않으리' 다짐함시롱 싱크대 찬장(상부장) 한켠에 각종 머그컵들과 함께 고이 모셔 두었거든요. 그랬더니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게 되데요. ^^;;

 

 

 

 

 

그리고 지금은, 오덴세 테이블웨어 러버가 되면서 발레리나를 닮은 이첸도르프 와인잔을 알게 되었고 이 우아한 잔에는 결코 먼지가 쌓이게 하고 싶지도, 수많은 컵 무리 중 일부처럼 취급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별도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것이 나름의 최선이라고 생각했거늘

 

 

 

 

 

'바 캐비닛'이라는 가구 종류가 있었군요. 처음 알았지만 참 예쁩니다. 아니 아름답습니다.

 

요 캐비닛 안에 가장 아끼는 와인잔과 와인에 곁들일 과일/치즈용 접시, 마지막으로 앙증맞은 에스프레소잔을 넣어 거실 한켠에 비치한 우리집 모습을 상상합니다. 너무나 정갈하고 멋스러운 홈술 라이프~~~~~ 사는 멋과 맛이 20%는 더 향상될 것 같습니다. (잔, 접시 외에 상온 보관 가능한 주류와 와인 오프너 등 악세사리도 보관함)

 

 

 

 

 

더현대서울 백화점 리빙 섹션 그릇 매장들 사이에서 이 제품을 발견하고 어디 제품인가 확인하기 위해 '바 캐비닛'을 주 키워드로 온갖 검색을 다 해봤습니다. 대부분의 바 캐비닛은 이렇게 안생겼어요. 보통은 주방 수납장으로 많이 두는.... 바닥에 붙은 사각 모양 캐비닛, 조금 가격이 올라가면 위쪽에 와인잔을 걸 수 있는 렉이 있지요. 깔끔하지만 그걸로 끝인 제품이 많더라고요. 

 

밧뜨 이 82빌리어스 바 캐비닛(82 VILLIERS : 가격표에 82V가 적혀 있었던 이유. 오덴세에서 만든 가구 브랜드였음. 아하!) 은 캐비닛이 긴 다리의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는 듯한 라인부터 일단 맘에 들어요. 좀더 섬세하고 유려하게 느껴진달까요? 

 

 

 

 

 

선반 높이 조절 가능

보석 상자나 비밀의 문을 열듯 조심스레 오픈하면 가운데는 거울 달린 선반 공간이, 

 

캐비닛 문은 또다른 선반이 되어 아름다운 와인잔을 더욱 돋보이게 진열해주고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오로지 특정 대상만을 위해 존재하는 무언가를 볼 때 느껴지는 특별함이 있지 말입니다. 

 

닫혔을 땐 닫힌대로 열렸을 땐 열린대로 매력이 있고, 일종의 변신을 한 거잖아요. 그 과정을 즐기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캐비닛 위에 올려둔 소품 하나 하나 예쁨, 저도 이런 미적 감각을 갖고 싶음돠)

 

 

 

 

 

생각해보면 

글래스 캐비닛이라 캅니다. 이 넘도 약 160만원 정도 합니다.

'처음 + 잠깐 본 + 고가의 + 그닥 필요하지 않은' 82 빌리어스 바 캐비닛에 반해 이리 집착하는 건, 최근 3-4년 사이 커진 예쁜 그릇에 대한 욕심의 연장선상일 뿐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식사를 음식 양이나 맛으로, 즉 먹는 행위로만 대했던 것에서 이제는 후각, 시각, 분위기까지 종합적으로 즐기는 단계로 바뀌었어요.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이면서 생긴 변화입니다. 퇴사 후 프리랜서를 함시롱 살림살이에 여유가 더 생긴 점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블로그/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건 더더더욱 많은 영향을 미쳤을 테고요. 이때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 예쁜 그릇 & 플레이팅에 대한 관심이란 말씀.

 

 

 

 

 

더현대서울 오덴세 그릇 구경 맛집

오덴세 레고트에 이어 라고아 시리즈를 추가로 들이고, 김석빈 도자기를 깨먹고 사고 깨먹고 사고,

 

 

 

 

 

백화점/복합쇼핑몰에서 그릇 코너만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며 최진호 도자기(청자/백자 스타일 그릇 바로 구워 바로 판매. 인스타그램으로 입점 소식 알려주시는데 매번 30초 품절각) 높은굽 디저트 접시와 이린 도자기 포도 한송이 머그를 탐내는 삶이라니. 결혼할 때도 다이소 그릇에 만족했던 제가 말이지유. ㅎㅎㅎ 사람은 그렇게 변하는가 봅니다. 2010년대와 2020년대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뀐 것도 있을 테고요. 

 

...그러고보니 요새 꽂힌 그릇은 죄다 도자기 스타일. @.@

 

 

 

 

 

문득 와인잔은 그런 예쁜 그릇/컵을 향한 욕망의 결정판이라 생각이 듭니다. 결국은 다 비슷하게 생긴 투명 유리잔들이건만 하나 하나가 달라 보이고, 그래서 종류(?)별로 모으고 싶고, 평소 자주 사용하지 않아도 소유하고 싶고, 

 

이 가격들을 보고도 놀라지 않으며,

 

저 가느다란 와인잔 목(정확한 명칭은 '스템')에 10분째 감탄 중인걸 보면 말입니다. 큰 프로젝트 하나 들어오는 날, 내 기어코 82빌리어스의 바 캐비닛에 잔을 가득 채워 세상 가장 우아하게 와인 생활을 즐기리라.

 

 

 

 

 

(돈이 좀 남음 LG 힐링미 안마의자도 꼭 사리라.........다 사리라)

 

 

 

 

 

* 추신) 82빌리어스 바 캐비닛 실사용기를 보려고 네이버에 검색하는디 맨처음 걸린글이 제품 하자와 어설픈 고객대응 프로세스로 결국 환불했다는 이야기여서 살짝 움찔했습니다. 뽑기운이 나빴던 것인지, 아님 오덴세가 본디 그릇 브랜드여서 가구 제조/판매/유통 관련 역량이 아직은 부족한건지, 그렇다면 지금은 나아졌을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한 두푼 가격이 아닌만큼 두루 알아보시고 최종 결정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