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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것만반말

초등학생 자녀 돈 개념 교육? 아이가 친구한테 2만원을 받아왔는데...

용돈 주기 + 돈은 유한하고 친구끼리 거래하는게 아님을 알려줌


 

 

 

 

 

이거슨 교육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기보다 일상 경험을 나누는 것이니 음슴체.

 

부유한 집은 아니나 ①필요한게 있음 그때 그때 사고 ②설/추석 등 명절마다 어른들이 준 용돈만 몇십만원이 쌓이며(5만원권의 폐해 ㅋㅋㅋ 아들내미 친구가 2천원짜리 장난감을 쐈다길래 "친구야 돈이 어딨어서 00이한테까지 사줬어. 안사줘도 돼" 말했더니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저 세뱃돈 모은거 백만원 넘게 있어요" 말함. 아~~~ 세뱃돈 스웩. 이미 세뱃돈은 내꺼, 엄마가 맡아준다고 하는 말은 통하지 않는 나이들이 됨) ③어린이날/생일/크리스마스에는 평소 자기가 원하던 살짝 고가의 장난감까지 획득 가능한 삶이 이어져서일까? 애가...... 돈은 그냥 + 마냥 생기는 건줄 알더라. 게다가 미디어 콘텐츠에선 너무나 쉽게 '억','억'거리잖아... 확실히 요즘 애들은 우리 어린 시절과 생각하는 돈 단위 자체가 달라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이대로 가단 커서 거지꼴을 못 면하지 싶어 슬슬 돈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기로 했다.

 

먼저 친척 어른들에게 받은 용돈을 저금통에 죽 넣었는데 자기 이름으로 된 은행 통장에 저축하는 걸로 바꾸었고(이자 개념 교육), 일주일에 3천원씩 용돈을 주고 있다. 

 

용돈을 받은 목요일 당일 "엄마 나 오늘 2천원 써도 돼?" 라고 말하는 아이. "네 용돈이니 어떻게 쓰든 그건 너의 자유다만, 그럼 남은 6일 동안 천원으로 살아야 돼. 필요한거 사고 싶은거 있어도 못사는거야. 잘 생각해서 사용해"라고 응수하는 나. 그래도 아직은 돈 쓰는 것 관련 부모에게 허락을 받는다. 귀여버. =ㅂ= 

 

 

 

 

 

앞에 세뱃돈 언급 중 나온 에피소드와 상통하는건디, 요즘 초등학생들은 친구들한테 사주는 것도 자연스러운 듯 하다. 100원짜리 탱탱볼 뽑기부터 1천원대 컵라면, 어떤날은 2~3천원대 떡볶이나 장난감까지 플렉스한다. 돈을 빌리고 빌려주기도 한단다. "우리 컵라면 사먹자", "나 돈 없는데?", "내가 빌려줄게" 요런 식으로 대화가 이어지는거지.

 

우리 아들내미가 지금보다 돈에 대한 개념이 더 없었던 초딩 1학년 시절... 친구가 파빗을 사줬다고 가져왔는데, 알고보니 친구는 돈을 빌려준것 + 나중에 받아야 한다 인식한 반면 우리 애는 자기가 지난번에 사준게 있으니 이번엔 얻어 먹는거라 생각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결과 거의 절교 수준까지 간 일도 있었다. 나중에 자초지종을 알게 된 내가 직접 돈을 갚아줬지만 그래도 회복이 잘 안되더라. 이후 친구에게 절대 돈 빌리지 말라고 상황상 정 어쩔 수 없으면 그냥 사달라 하고 나중에 너도 한번 사라고 엄하게 얘기했다. 지금까진 잘 지켜지고 있다. 

 

 

 

 

 

그렇게 평화로운(?) 시절이 이어지던 어느날, 정확히 말해 최근 한달 새, 아들내미 학교 알림장에 '친구에게 돈 빌려주지 않기', '학교에 큰 돈 가져오지 않기'란 말이 한 5번은 반복적으로 적혀 있는거라.

 

일단 우리 애는 학교에 3천원 이상의 큰 돈을 가져간 적이 없고, 아이에게 "선생님이 왜 자꾸 이렇게 말씀하시는거야?" 물었더니 "어, 어떤 애가 돈을 빌려줬는데 친구가 안갚아서 싸운 적이 있었거든" 하는 대답이 돌아옴.

 

요즘 애들은 참~~~~~ "너도 절대 친구랑 돈 거래 하면 안돼. 너희가 직접 돈 버는 것도 아니잖아. 돈 버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천원 한번 벌어와 볼래?" 정도로 말하고 지나갔다. 어쨌든 남일이므로. 밧뜨 이 문제와 비슷한 듯 다른 난감한 시츄에이션에 처할 줄은 그땐 미처 몰랐다. 

 

 

 

 

 

지난 금요일, 친구와 놀고 들어온 아이의 손에 꼬깃꼬깃 접은 2만원이 들려 있다. 당연히 내 시선이 그 쪽으로 향했고, 아이는 설렌 듯 걱정되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2만원의 출처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가 자전거 빌려줘 고맙다면서 친구가 2만원을 줬어" 음???? @.@

 

"안돼 돌려줘", "내 물건 빌려준 댓가로 받은거고, 내가 달라 한게 아니라 걔가 알아서 준건데도?"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한 아이 얼굴. 돈이 있어야 자기가 원하는걸 살 수 있고, 본인은 사고 싶은게 너무 많고, 예상치 못한 돈이 굴러 들어와 너무 기쁜데 다시 친구에게 돌려주라니 어쩌면 당연한 심정일 터. 원래 2만원이 없던 시절과, 생긴 2만원이 사라진 지금의 잔고는 동일하게 0이지만 마음 상태는 너무 다르다. 

 

아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다음부턴 그러지 말라고 말해야 하나.... 캐난감.... 아니야, 그래도 끊어줘야 한다. 이번에 그냥 넘어가면 친구의 유대관계 모든 것을 돈으로 치환하려 할지 모르고 나중엔 본인이 먼저 돈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으로 키울 수는 없다. 

 

머릿 속으로 여러개의 시물레이션을 돌려본다. 그리고 내린 결론.

 

"초등학생 3학년에게 2만원은 너무 큰 돈이야. 엄마가 평소에 말했지. 너희가 직접 번 돈도 아니잖아. 그리고 더 중요한게 있어. 자꾸 그렇게 돈을 주고 받다가 그 친구랑 사이가 안좋아져 못놀게 돼도 괜찮아? 00이도 몰라서 그런거고 너의 속상한 마음을 고려해서 이번엔 엄마가 너한테 2만원 줄테니까 그 2만원은 친구한테 돌려줘. 알겠어?"

 

......생각해보니, 우리 애한테 말하는 것만으로 재발되지 않을 사항이 아니다. 다음날 친구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때 내가 찾아갔다. 가기 전 다시 한번 어떻게 말할지 수십번 대사를 읖조리며 연습, 사진 속 음료를 사들고 간 것.

 

"##아, 자건거 빌려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준건 아줌마도 고마워. 하지만 그렇다고 친구랑 이렇게 큰 돈을 주고 받으면 안돼. (우리 애한테 했던 너희가 돈을 벌지 않는다. 친구와 돈거래 하는거 아니다. 선생님도 맨날 말씀하시지 않느냐란 말 반복) 너희가 말 안해도 엄마들은 네가 돈을 어디다 썼는지 얼마가 없었는지 다 안다. (소프트 협박? ㅎㅎㅎ) 이 돈은 다시 받고, 정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으면 나중에 과자 하나 사서 같이 나눠 먹는 걸로도 충분해. 알겠지? 친구랑 돈 주고 받는거 아니다~~~~~~~~ 명심해~~~~~~~~~~~~~~ 그럼 앞으로도 서로 친하게 지내고. 여기 음료수"

 

 

 

 

 

알아들었으려나? 반이라도 이해했길, 아니 당장 이해는 못했을지라도 '이건 혼나는 일이구나, 주의해야겠다' 각성했길 바란다. ^_^ 아, 애가 어릴 때는 육체적으로 힘들었다면 커갈수록 친구 관계, 돈 문제, 싫은 일도 해야 하는 이유, 책임, 예의바르게 대화하는 방법 등 복잡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설명하고 최대한 이해시켜 실천토록 해야 하는게 머리 아프다. 

 

어쩌겄어. 그게 부모의 역할인걸. 평화로운 중고나라 아니 우리집을 위해 아이 못지 않게 부모인 우리도 노력해야지. ㅋㅋ 아들내미 오늘도 성장하느라 고생 많다. 파이팅! (용돈 좀 아껴쓰고. 받는 족족 쓰는것 외에도 모아서 진짜 필요할 때 플렉스하는 즐거움이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