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탄광촌과 서울대

방학 아이와 가볼만한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 (to 2023.02.26)

익숙한 색다름으로 아이의 창의력을 이끌어줄 역동적인 전시


 

 

 

 

안녕하세요, 뭔가 마음이 급해진 사진홀릭입니다.

 

설 연휴들은 잘 보내셨나요? 저요? 왕복 18시간의 교통체증을 겪긴 했지만(내려가는 길이 좋아지는데 왜 갈수록 차가 막힐까요? -_-) 가족간 큰 갈등 없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저의 유머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점수도 땄고(ㅋㅋㅋ), 용돈도 벌고, 무엇보다 포스팅꺼리도 몇 개 챙길 수 있어 꽤 즐거웠습니다. 아이가 비슷한 또래의 사촌들과 잘 놀아 간만에 어른들만의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역시 만족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거 안비밀입니다. 

 

그래도 우리 가족 공식 포토그래퍼로서의 본분은 잊지 않았죠. ^^

 

 

 

 

 

그렇게 잘 놀아놓고 왜 마음이 급해졌냐고요? 설 연휴가 지나니 저희 아들내미 겨울방학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잖아욧!!!!!  >0< (1월 30일 개학 예정) 아이의 점심식사 걱정에서 벗어나는건 기쁘나 특별한 일 없이 한 달이라는 긴 방학 기간을 흘려보낸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물론 오전 방과후 수업과 함께 오후 태권도학원 1시간, 저랑 책 읽기/일기쓰기/문제집 풀기하는 시간 평균 90분 등등의 일정을 규칙적으로 소화했고 명절에 양가 할머니댁 간 것 또한 여행이라면 여행일 터. 밧뜨 방학이라면 학기 중에 하지 않았던 것, 하기 힘들었던 걸 해보는 맛이 있어야 하지 말입니다. 한달 전 "아이의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내겠노라" 선언하는 포스팅을 한 사람치곤 심심했습니다. 

 

'...안되겠다, 멍 때리다 진짜 개학날이 오기 전 문화예술의 향취에 흠뻑 빠져보자꾸나. 가자, 아들아. 미술관으로'

 

 

 

 

 

그렇게 지난 주 수요일 

숨어 있는 아들내미를 찾아보세요. ㅎㅎ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재미있는 전시를 많이 하더라고요. 활동적인 아이와 비교적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전시도요. 참고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월요일에 휴관하지 않습니다. 1월 1일과 설날, 추석 당일을 빼곤 언제든 방문 가능해요. 기본적으론 오전 10시부터 18시까지, 수요일과 토요일엔 21시까지 야간개장도 합니다. 바쁘고 바쁜 현대인들도 온가족이 한 달에 하루 정도는 스케쥴을 맞춰 올 수 있겠어요. 미술관 나들이를 정례화해야 겠습니다. 굿굿

 

 

 

 

 

본론으로 돌아와서~~~~~~~

사실 저희 아이는 (아직까지는) 문화예술 분야와 그닥 친하지 않습니다. 미술 수업에서 뭔가 만드는건 좋아해도 작품을 보는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 게다가 미술관/박물관은 대부분 조용히 정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공간이잖아요. 기본 스텝이 '러닝'인 아이를 자제시키는 것만으로 서로 진이 빠진다는요. 그럼에도 이 날은 어쩐 일인지 주차장에서부터 자기가 먼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등 굉장히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더군요. 

 

 

 

 

 

티켓 부스 앞에서도 기념 사진을 찍고

 

 

 

 

 

리플렛까지 잔뜩 챙김시롱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가져와선 한번도 보지 않는다는게 함정)

 

 

 

 

 

세상 개구쟁이인 10살 초딩 아들내미마저 사로잡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전시는 바로

[MMCA 현대차 시리즈 최우람 - 작은 방주]입니다.

 

'MMCA 현대차 시리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사회공헌활동 중 하나로 매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진작가를 선정해 작품활동과 전시를 지원하는 프로젝트에요. 금전적인 후원 외에 예술과 최신 기술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작품 활동에 도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알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러한 면모가 다분히 엿보였는데요. 특히 최우람 작가님은 1990년대 초부터 현대까지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움직임과 서사를 가진 기계생명체를 제작해온 분이시기 때문에 MMCA 현대차 시리즈에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말로 아이를 꼬실 수 있었겠습니까?

우연히 TV 뉴스에서 이 작품을 봤을 때 아이의 눈이 반짝이는걸  포착했거든요. 지푸라기로 감싼 18개의 로봇(?)이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대형 원탁 위에 있는 공을 굴리는, 그러면서도 절대 떨어트리지 않는 모습이 제가 봐도 흥미로워 보였지요. 작품 이름은 <원탁>, "MMCA 현대차 시리즈 최우람 작가 - 작은 방주 전시에 가면 실물을 볼 수 있대"로 아이를 유혹(?)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크크크

 

 

 

 

 

상설전시 요금 4천원을 내고 티켓을 끊었습니다. 초딩 아들내미는 무료! 4천원에 이런 세계적인 작가의 훌륭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니 세금 내는 보람 팍팍 느껴진다요. (현대차 사회공헌활동에도 소소하게 감사인사를)

 

 

 

 

 

작은 방주 전시는 미술관 지하 1층 5 전시실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진 속 '작품감상 프로그램'의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작품 가운데 움직임이 가미된 <원탁>과 <작은 방주>의 경우 구동/공연 시간이 따로 존재합니다. <원탁>은 10시 20분부터 시작해 5분 동작하고 15분씩 쉬는걸 반복쓰, <작은 방주>는 매 시간 30분마다 20분간 공연하니까 놓치지 마시길요. 

 

 

 

 

 

<원탁>은 천장에 매달린 검은새 세 마리와 셋트(?)인 작품

와우 이 어마어마한 층고를 보십시오. 평소엔 접하기 힘든, 높~~~~~고 넓은 공간이 주는 특별한 분위기를 경험하는 것부터 미술관 나들이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지 싶습니다. 

 

 

 

 

 

오오 움직인다, 드디어 움직여요. 앉았다 일어나는 과정에서 지푸라기들의 무릎이 엄청 후들거리는디 너무 실감나서 보는 제 무릎이 아는 것 같은 심정입니다. 작품 설명에 따르면, 기울기가 계속 변하는 상판 위로 둥근 머리의 형상이 굴러다니고 이 상판을 움직이게 만드는 건 아래에 위치한 18개의 지푸라기 몸체들입니다. 머리가 없는 이들이 등으로 힘겹게 원탁을 밀어올리는 모습은 마치 머리를 차지하기 위한 행동같아 보이지만 머리를 더 멀리 밀내버리는 역설적인 상을 가져올 뿐이랍니다. 리플렛을 보며 열심히 설명해주니 고개를 끄덕끄덕, 그러곤 동영상을 찍기 바쁘네요. 이해했을까요? ^^;

 

 

 

 

 

 

다음으로

폐차 직전 자동차에서 분해한 전조등과 후미등을 모아 원형의 별로 조립했다는 <URC-1>, <URC-2>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반짝여요. 별의 시작이자 끝인 폭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한...... 기능적이고 기계적으로만 보이던 자동차 부품으로, 게다가 버려질 차의 일부분으로 이렇게 근사한 예술작품을 만들 수있다는게 볼수록 신기합니다.

 

 

 

 

 

작품을 보며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소재나 고난이도 스킬보다 일상을 관찰하고 색다르게 바라보려는 자세/습관'이라는 것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어요.           

 

 

 

 

 

아, 요 작품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꽃, <하나>입니다. 코로나검사와 진료현장에서 의료진들이 착용한 방호복의 재질과 같은 타이벡을 사용했다 카고요.  전시실 다른 쪽에 같은 작품이 빨강색으로 하나 더 있는데 팬데믹 상황 속 작가가 우리 시대에 바치는 헌화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생명의 순환'을 표현했다네요. 

 

 

 

 

 

그런것과 상관없이, 얘는 해당작품이 '예뻐서' 제일 좋다고 합니다. 그래요. 마음가는게 하나라도 있으니 다행입니다. 첫술에 배부르려 하지 않겠습니다. 문화적 소양이란 벼락치기 시험공부가 아닌 다년간의 축적된 경험을 통해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므로. 

 

 

(아이들이 좋아할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위 작품이 전시의 이름과 동일한(그 말인즉 대표작품이란 의미?) 작은 방주 되시겠습니다. 가장 규모가 크고, 

 

방주 앞쪽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스크린이 존재, 계속 여러 종류의 문이 열리는 영상 상영

20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의 공연까지 더해져 임팩트가 장난 아니에요. 

 

 

 

 

 

세로축 12미터 닫힌 상태에서의 높이가 2.1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궤혹은 직사각형 모양을 유지하다가 흰 벽처럼 접어둔 노를 높이 들어올리면서 다양한 움직임을 시작합니다. 땅 위에 놓인 직선 모양의 단단한 철들로, 강하지만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파도를 헤쳐나가는 배를 형상화 했습니다.

 

 

 

 

 

산업을 상징하는 기계로 예술을, 단단한 쇠로 형체없이 자유로운 작가의 상상력을, 직선으로 곡선을, 익숙한 자동차 부품을 새로운 무언가로 창조했다는 측면에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열린 사고의 물꼬를 트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 최우람 작은 방주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소감이기도합니다. 

 

 

 

 

 

대부분 작품을 감상하고 나오려는 길 갑자기 아이가 "엄마 이것 봐"하고 제 팔을 잡아 끄는 거예요. 아까 봤던 <URC-1>, <URC-2>가 근처 TV디스플레이에 반사된 모습이었는데 실물에는 없던 무지개빛이 같이 보이는걸 발견했나 봐요. "이건 너의 새로운 시각이 만들어낸 너의 작품"이라 치켜세워줬죠. 어찌나 거들먹거리던지요. ㅋㅋㅋ 뭐 저도 아이 데리고 미술관 온 보람을 느낀 순간이니 피차일반이긴 합니다. 

 

 

 

 

 

초딩 아들내미 겨울방학 특별 체험 미션 클리어~~~~~ 이제 좀 면이 섭니다.

 

 

 

 

 

오는 4월 23일까지 진행되는 이중섭 특별전, 무료
현장에서도 관람신청할 수 있으나 시간 많이 밀릴 수 있음. 가급적 사전예약 권장

우리 개학하고도 종종 오자, 나중엔 아빠랑 같이 오자. 이중섭 특별전도 괜찮겠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것에 대한 부담이 타 미술 전시 대비 적고 (넓은 로비같은데 전시돼있는데다 작품 규모가 크고 움직이기까지 하므로) 비용도 저렴합니다. 남은 방학동안 아이와 의미있는 체험을 하고 싶은 학부모님들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나들이 강 to the 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