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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과 서울대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 겨울방학은 이렇게 견뎌(?)보겠드아

초딩 2학년 아들내미 겨울방학을 대비하는 엄마의 자세





안녕하세요.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그야말로 상대적인 것임을 실감하고 있는 사진홀릭입니다.

저와 초딩 2학년 아들내미 각각의 스마트폰 캘린더 앱에는 동일하게 'D-1' 표시가 되어 있는데요. 옆에 있는 이모티콘 표정은 완전히 다릅니다. 아들내미는 월드컵 우승한 듯 환호작렬하는 한편 지루한 표정, (이틀 왜 이렇게 길어, 빨리 지나라~~~~~)

저는 '자유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라 잃은 & 초조한 표정. (마음의 준비할 시간은 줘야지. 나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다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만 봐도 D-day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으시겠죠? 네 맞아요. 2022년 초등학교 2학년의 겨울방학, 드디어 그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요, 두둥. 여전히 엄마 껌딱지인 아들내미이지만 그래도 학교 정규수업+ 방과후수업 하는 학기중 오전/이른 오후 시간에는 합법적(?)으로, 자유롭게, 양심의 가책없이(같이 있는 매 순간 충실하게 놀아주는 타입은 아닌거 안밀) 제가 하고 싶은거, 돈 벌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했었거든요. 출사 핑계로 예쁘고 맛있는델 찾아 쏘다니거나, 현장 취재가 필요한 블로그 포스팅에 도전하거나, 전 직장 동료들이랑 티타임 수다를 떨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길 듣는 식으로요. 밧뜨 이제 한 달간은 꼼짝없이 집순이가 될 판입니다.





사실 아이의 방학이 걱정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아직은 부모의 케어가 필요한 시기, 제가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방학의 질이 달라진단 말입니다. 학기중이야 똑같이 학교 다니고 학원 한 두개 다니고... 초딩들 생활 패턴이 대부분 비슷하잖아요.

그에 비해 방학은 자율 학습의 시간! 누군가는 국내외 여행을 갈테고, 공연/전시/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할테고, 영어가 됐든 미술 or 체육이 됐든 좀더 심도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을 터. 아, 새로운 취미를 만들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다른 아이들이 의미있는 경험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사이 우리 아이는 맨날 유튜브 보느라, 아무 것도 안하느라 학기 중 배운 것도 잊어버리고 있다?! 으 상상만 해도 두려워요.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 아이 때 받은 여러 자극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넓히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꽃피우는 좋은 촉매제가 될거라 확신합니다. 그렇다고 애를 숨도 못쉬게 몰아칠 생각은 없고 대략 이런 패턴으로 생활할까 해요.




1. 오전 : 방과후 수업 & 밀크티 온라인 학습지
저희 애가 맨날 "엄마는 세상 공부란 공부는 다 시킨다"고 투덜대던 다소 빡센 방과후 프로그램이 방학 때는 더 빛을 발합니다. (그럼 저는 네가 지금 하는건 공부도 아니다 응수합니다, 풉) 11월말 시작된 2022년 4분기 방과후 프로그램이 다행히도 겨울방학까지 이어지는데요. 피아노(월/금), 영어(월/수/금), 건담 프라모델(화), 뎃생미술(수), 생명과학(목), 드론항공(목), 페이퍼아트(금)을 돌아가며 하다보면 대강 오전은 갈 것 같아요. ㅋㅋㅋ

레고 블록을 포함한 만들기/조립 활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프라모델 만들기'와 '드론항공(우리가 생각하는 드론 X, 주로 우드락 소재의 작은 비행기를 만들어 날림)' 수업은 아주 재미있어 하고, 미술 계열의 만들기 수업인 페이퍼아트 역시 다른 일정 때문에 빠지면 엄청 아쉬워 할 정도로 만족해 합니다.




의외로 활발한 생이새우

생명과학 수업에서는 버섯 등 식물과 온갖 동물을 관찰하는 듯요. 관련해 집에 가져온 동식물이 7-8개 정도 되고 그중 작은 새우, 물방개, 햄스터, 꽃선인장은 반려생물이 된 상태. 낙지는 제 뱃속에서 소화되었습니다. ^^; R.I.P.

피아노? so so. 영어는 매번 숙제가 있어 싫어하면서도 자기가 아는게 나오면 "엄마, 나 전생에 영어사람이었나봐" 입꼬리가 씰룩씰룩, 허세를 부려요. 따로 학원을 보내는 것도 아니어서, 영어 방과후 수업은 최대한 시켜볼라꼬요.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순 없다는 인생의 진리를 함께 깨닫길 바라며...


...저는 다른 학교들도 방과후 프로그램 과목이 이렇게 다양하고, 학교 수업이 없는 방학에는 당연히 오전으로 시간을 당겨 진행해주는 줄 알았어요. 아니었다는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최대한 적극 활용하겠습니다.




피아노 방과후수업이 없는 날은 오전 10시에 등교해서 아침 시간이 애매하게 붕 떠버려요. 유튜브 과다 시청 방지 차원에서 이 시간에 밀크티 태블릿 학습지를 시킬 거예요. 학년이 넘어가는 1-2월에는 '국어/수학/독서/봄여름가을겨울'로 이루어진 '오늘의 학습'이 없으나 대신 평소 자세히 보지 않았던 부가적인 학습, 예를 들어 독서클럽 같은걸 같이 하면 나름 유용하지 않을까 합니다.

1학년 밀크티 초기에는 어떤 수업을 하든 제가 옆에 같이 있으면서 집중하는걸 도와줬다가 2학년 땐 알아서 잘 하는 것 같길래 냅뒀어요. 웬열~~~~ 어느날은 그날 테스트 점수가 40점 이렇길래 따져봤더니, 시간을 갖고 생각하면 & 연습장에 쓰면서 하면 충분히 풀 수 있는걸 대충 찍고 넘어가데요. 국어 수업 설명도 막 넘겨 버리고. 확실히 아직은 집중하기 쉽지 않은 나이입니다. 최근엔 옆에서 관심을 빙자한 감시 중. 그래봐야 10-20분 안에 끝납니다. 태블릿으로 하는 온라인 학습지 시간엔 '요즘 애들은 뭘 배우나' 파악도 할 겸 보호자가 꼭 옆에 계시길 권장드려요.




2. 이른 오후 : 태권도학원 일정
진짜 태권도학원 없었으면 어쩔뻔 했나 아찔합니다. 단순히 태권도만 연마시키는 게 아니라 줄넘기를 포함한 여러 운동을 가르쳐주세요. 그리고 학기중 주말에도 레크레이션, 영화감상, 계절별 체험학습을 진행해주셨는데 방학엔 또 그에 맞는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네요. 쿠킹 클래스, 멀티 스포츠, 사격, 음악줄넘기 등 종류도 다양해 골라 참여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수업 1시간 30분 정도 하고 태권도 정규 수업까지 붙이면 2시간에서 3시간은 훌쩍 가겠어요.

저희 애는 방학 기간 방과후 프로그램이 화요일을 제외하곤 오후 1시쯤 끝나서 아쉽게도 모든 특별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없었습니다. 단, 쿠킹클래스는 꼭 참여하겠다는 아들의 의지를 반영해 추가 비용(2일 2만원)을 지불한 상태입니다. 수업 끝나자마자 둘이 냅다 학원으로 달려야겠다는...그래도 이날은 점심까지 태권도학원에서 해결이니 도대체 1석 몇조인가요? 우하하하하하하.

이제 2년 이상 같은 태권도학원을 다닌 셈이라 레파토리가 반복되는지 재미없다는 말을 종종 해요. 아 그래도 태권도학원만한게 없는디요 쩝. -ㅁ- 아쉽지만 아이 3학년 때는 수영이나 배드민턴, 축구 등 다른 체육 활동을 알아보려고요. 암튼 초등학교 1-2학년 학부모님들에게는 태권도학원 진짜 초초초강추! (학원비는 월-금 매일 1시간 수업하고 14만원 정도. 특별 프로그램의 경우 별도 비용 有. 기본 도복은 무료로 받았는데 아디다스 동하복 운동복은 단체구매 참여했어요. 필수사항은 아니예요)





3. 저녁 : 격일로 일기쓰기
태권도까지 하고 오면 늦은 오후엔 '유튜브를 보든, 친구랑 놀든 알아서 해라' 자유시간을 주고

기왕이면 유튜브를 보는 것보다 친구랑 실컷 뛰어놀기를

저녁에는 격일 단위로 일기를 쓰게 할 겁니다. 적극적으로 저항해도, 학교 방학숙제 중 일기가 없어도 이것만은 꼭 쟁취하렵니다! 공책에 일기쓰기는 소중한 기록인 동시에 ①글씨를 연습하고, ②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③(가장 중요한) 글쓰기에 익숙해지게 도와주는 아주 좋은 습관/기회이니까요.

제가 지금 글로 빠듯하게나마 생활비를 벌고 있는 것, (거슬러 올라가) 대학 입시 당시 탄광촌 시골학교 출신 학생이 학원 경험 없이도 논술 시험에서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둬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온 습관에서 비롯되었다 자신합니다. 저희 아이의 경우 2학년 담임선생님이 금요일마다 '생활글쓰기'란 숙제를 내주셨는데 '어렵다 힘들다' 하면서도 계속 하니까 문장력이 아주 조금씩 늘긴 하더라고요. 방학 때 더 가열차게 달려봐야죠. 그림일기 말고 글일기로, 동기부여를 위해 그럴싸한 선물 하나 걸고. ㅎㅎㅎ





4. 주말에는 1시간 학습지 풀기 + 여행, 출사, 전시 관람, 테마파크나 눈썰매장

태블릿 PC로 하는 온라인 학습지 말고 종이 문제집을 영어, 수학, 국어 각각 한권씩 사서 2학년 복습을 하는 것으로 주말 해야할 일은 끝! 남은 시간에는 여행, 출사, 영화/전시/미술 관람 등 문화 체험을 & 1회 이상 테마파크 또는 눈썰매장에도 가볼 계획입니다.

지자체별로 눈썰매장 운영하는 곳이 많이 생겨서 접근성이나 비용 면에서 큰 부담은 안될 것 같고 전시는 어린이 미술관, 체험형 공간, 야외전시관 쪽으로 둘러볼 겁니다. 2학년 초딩 남아의 에너지와 산만함을 감당할 수 없으. ㅠ.ㅜ

정 할건 없고 밖은 춥고 애가 유튜브만 끼고 있는 꼴은 못보겠다 하는 날엔 실내 놀이터 나들이도 괜찮은 옵션이 됩니다. 초등학교 2-3학년이라면 몬스터파크, 챔피언, 바운스 트램펄린 정도 갈만 합니다. 엄청시리 뛰댕기는 곳들이어서 당일밤 꿀잠 예약각.

맞다, 신랑이랑 '겨울 철새 도래지 나들이 한번 가자' 얘기하고 있어요. 아이가 자기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일에 부쩍 관심이 생긴 터라, 큰 새를 찍을 수 있다는 정보로 잘 꼬드겨 보려고요. (집에 있는걸 좋아하는 집돌이. 정작 나가면 그렇게 좋아하믄서!!) 이번 겨울방학엔 중간에 구정 연휴도 있으니 그걸 여행으로 쳐도 되긴 하쥬.

아님 눈 온날 고궁 산책이라도?






계획대로만 된다면야 의외로 한 달여의 방학은 후딱 갈 것 같은 희망적인 느낌도 듭니다.

엄마 사진 못 찍게 가리는 중

개구쟁이야, 너 두 세달만 있으면 3학년이야. 10살이라규. 너를 케어해야 하는 시간이 더 늘어난다고 해서 겨울방학 30일이 무작정 빨리 흐르기만 바라진 않는단다. 공부하라고만 하진 안할테니, 우리 다양하게 경험하고 둘다 어떤 의미로든 잘 성장할 수 있는 방학 같이 만들어보자.

최근 독감 걸렸다 완쾌

아프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