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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과 서울대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그림일기 쓰기는 꼭 시켜요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그림일기 쓰기는 꼭 시켜요 


 

 

 

 

안녕하세요, 가장 지루하고도 정신없는 7말 8초를 보내고 있는 사진홀릭입니다. 그 이유는... 물론 코로나19도 영향을 미쳤고요. 결정적인건 초등학교 1학년 아들내미의 여름방학 기간이기 때문이죠. ㅎㅎㅎ

 

방과후교실 수업을 믿고 기존에 다니던 태권도 도장 외 추가 학원은 알아보지 않았어요. 밧뜨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방과후학교는 임시 휴강되고, 아직 백신 접종 전이라 부모님 댁 가기도 거시기하고, 밀크T 학습지만으로 모든걸 퉁 치기에는 남는 시간이 너무 많습니다. 가장 걱정되는 문제는 3~6월 동안 그나마 몸에 익혔던 뭔갈 배우는 습관이 사라지는 것......별 수 있나요? 집에 있는 제가 선생님 역할을 할 수 밖에요. 이런 것 때문에 퇴사하기도 했구요. 

 

 

 

 

밀크T에서 나온 지면학습지랑 교보문고에서 구입한 초등 필수 영어표현 & 진짜진짜 독서논술(이거 초강추!),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및 종이접기 키트까지 방학 중 해야 하는 것들을 거실 테이블에 죽 나열해 놨어요. 까먹을까봐요. ^^; 아이한테 '오늘의 할 일'에 대한 무언의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이중 효과가 있습니다. 

 

 

 

 

가급적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려 노력 중인데요. 어쩔 수 없이 다른건 빼먹어도 요거 하나만큼은 절대 생략하지 않겠다 마음 먹은 것이 바로 바로 바로 바로

그림일기 쓰기입니다. 거의 유일하게 있는 학교 여름방학 숙제인데다, 일기 쓰기로 향상시킬 수 있는 역량이 아주 다양하거든요.

 

 

 

 

기본적으로 글쓰기! 제가 작가는 아닐지언정 회사에서 홍보 업무를 할 수 있었던 이유 + 현재 블로그를 기반으로 글 쓰는 일을 하는 프리랜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근원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어린 시절 일기쓰는 게 몸에 밴 덕분이랍니다. 이미 글쓰기에 익숙한 상태로 사회생활서 글 쓰는 일을 맡으니까 두렵지 않았고, 잘 쓰던 못 쓰던 기회가 왔을 때 열심히 써재낄 수 있었습니다. 그럼시롱 기술이 늘었죠.

 

저희 집 아이도 그러길 바랍니다. 글을 잘 쓰는 건 둘째 문제이고 적어도 글 쓰는 자체가 낯설거나 무서운 일이 아니었음 좋겠습니다. 글로 기록을 남기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상상력을 펼쳐냈음 좋겠어요. 온라인 플랫폼이 대세가 되고 텍스트보다 영상이 소비되는 시대라지만 그 영상 속 대사와 자막 또한 글 아니겠습니까? 인간이 말을 하고 소통을 하는 한 글쓰기 역량은 어디서도 유용할 것입니다. 

 

이밖에 맞춤법, (대략적인) 띄어쓰기, 글자 또박또박 쓰기, 문장 부호, 그림으로 표현하기 등등을 일기쓰기를 통해 연습합니다. (매일 매일 일기를 쓰겠다는) 약속 지키기 습관도요. 

 

 

 

 

초등 1학년 일기 대공개!, 알아보시겠어요? ㅋ

...2~3줄 문장 쓰는 수준에 기대효과 한번 거창하다, 그쵸?

 

덧셈/뺄셈/곱셈까지 곧잘 하고 종이접기, 그림 그리기 역시 괜찮게 하는 애가 아니 자기가 보고 있는 유튜브 영상에 대해선 "이런 단어도 알아?"싶게 엄청난 어휘력으로 청산유수 말하는 애가 글 쓰는 걸 너무 어려워하는 거에요. 주어부터 목적어, 동사까지 완성된 문장이 아닌 단어 하나로 말하기 일쑤, 주요 정보들을 어떻게 문장에 녹이는지도 모릅니다.

 

이를테면 다짜고짜 '옥수수 껍질을 벗겼다'로 일기를 시작하는 식입니다. 어디서 난 옥수수이고, 옥수수 껍질 벗긴게 왜 기억에 남았으며 느낌이 어땠는지 쓰면 더 좋은 글이 된다고 알려줬죠. 글고 어제부터 아이 옆에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즉 6하원칙을 하루 50번 정도 외치고 있는 중입니다. 이를 문장에 대입해 써야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글이 된다고요. 엄마가 하나 하나 전수해주겠다 아들아 후후후. 나중에 엄마랑 배틀하자. 

 

그래도 방학 첫날과 비교했을 때 일기 작성 2주차에 접어든 지금은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개학 무렵인 3주 후엔 엄마 도움 없이도 혼자 전체 문장을 완성할 수 있길 바라 봅니다. 

 

 

 

 

막간퀴즈: 그림일기로 표현한 이 장면 속 저 사람의 현재 심리상태는?

아이와 일기 쓰는 시간은 저에게도 그날 하루를 정리하는 소중한 순간이 됐습니다. 그때 아이 생각을 짧게나마 들을 수도 있고, 정말 일기에 쓸만한게 없었던 날은 반성 아닌 반성을. 그리고 다음날 소박하게라도 다른 경험을 해보자 다짐하게 됩니다. 

 

그림일기든 그냥 일기든 일기쓰기는 방학 후에도 계속 시킬 예정입니다.

7월24일에 이가 처음 흔들렸구나 -ㅂ-

전날 먹은 점심 메뉴도 쉽게 까먹는 요즘, 일기쓰기가 우리 가족과 아이의 소박하지만 위대한 기록 유산이 될 수 있도록, 기대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도 블로그 포스팅을 더 열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