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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과 서울대

초등학교 1학년 가장 먼저 보낸 학원은 태권도 교육관 (학원비는)

공부만큼 중요한 것, 태권도 학원 보내길 잘 한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는 사진홀릭입니다. 

 

아니 벌써 오늘이 4월하고도 2일이람서요? 저는 15년 다닌 회사를 그만뒀고,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던 3월이 그세 지나버렸구만요. 걱정했던 것보다 순조롭습니다. 은근 새로운 것에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가 이틀만에 학교에 적응한 덕(지 입으로 그럽디다. 급식이 참 맛있다면서 ㅋㅋ)이 가장 크고요. 또 하나 비결을 꼽자면 3월 초부터 태권도 학원 간 것을 말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아이 학교와 관련한 일을 대략 얘기해 드릴게요. 3월 2일 온라인 입학식 이래 매일 등교하고 있습니다. 첫날은 1시간 만에 집에 와 절 멘붕에 빠트렸지만 이후엔 점심 급식 다 먹고 12시쯤 하교합니다. 점심을 해결하고 온다는 것에 감사, 또 3시간이라는 저만의 시간이 생긴 것에 대해 감사했습니다. 

 

물론 3시간도 엄청 짧긴 합니다. 한번은 3시간이면 왕복 가능할 줄 알고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 백화점에 다녀왔다가 12시 15분경 도착했거든요. 아직은 3월 + 1학년이라 대부분 보호자가 아이 하교길을 동행하는 상황, 담임 선생님도 누군가 와야 아이가 집에 가도록 했던지라 제가 도착을 안하니 계속 애를 데리고 계셨던 거에요. 점심시간에 무슨 회의도 있으셨던 것 같은디 의도치 않은 민폐를 끼치게 돼 1초라도 덜 늦을라꼬 목구멍에서 쇠냄새 나게 뛰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다음부턴 아이 12시 하교 날은 절대 오전에 어디 안갑니다. ^^;

 

 

 

 

그리고 3월 3주 즉 3월 15일부터 방과후교실이 시작됐습니다. 매일 등교에 방과후교실 오프라인 운영이라니 작년엔 꿈에 그리던 일이었죠. 오늘 아이 학교의 학부모독서봉사단 연수가 zoom으로 진행됐는데요. 교장선생님 왈, 작년에 초등학교 평균 등교일 수가 40일대였다 캅니다, 후덜덜. 그만큼 많은 시민들이 생활방역에 적극 참여하시고 또 우리 정부가 잘 대처해 통제/관리 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여전히 조심해야할 상황이지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2020년 저희 애가 초등학교에 갔다면 정말 제가 먼저 미치고 팔짝 뛰었을 거에요.

 

월/수/금은 공통적으로 12시 20분부터 수학 40분, 이어서 요일에 따라 독서논술/뎃생미술/페이퍼아트를 1시간 30분씩 하고(오후 2시 40분 하교) 화.목은 12시에 집에 왔다가 1시 10분 재즈피아노 수업을 갑니다(오후 1시 50분 하교)

 

이제 정말 살 것 같아요. 아이도 더이상 유튜브에 매달려 시간을 보낼 필요 없고 저는 저대로 집안일과 기타 업무를 비교적 여유있게 볼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엔 개나리로 유명한 응봉산 팔각정과 서울숲 벚꽃길에 홀로 출사 다녀왔습니다. 평일에 가니까 한산~하고, 제 페이스에 맞춰 가다 서다 할 수 있으니까 찐 행복했다는요. 네이버 블로그에 열심히 포스팅하고 서울시민기자 원고도 작성하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저희 애가 다니는 학원은 태권도 학원 딱 하나입니다. 3월 4일부터 다녔으니까 꼭 한 달 됐습니다. 체력단련 + 호신기술 습득 이유가 기본이었고, '태권도 학원이 초등학교 저학년들에 일부 보육 역할을 해주신다'는 형님의 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보다 2년 먼저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셨어요)

사실이었음돠. 50분 수업에 30분 정도 쉬는 시간을 갖고 다음 수업이 이어지는데요. 예를 들어 우리 애가 3시 30분 수업에 다닌다카믄 3시에 가도 도장에 있는 사범님이나 직원분이 아이들 노는걸 봐주시고, 4시 20분보다 조금 늦게 가도 아이들끼리 놀고 있어요. 보호자는 한 명 이상 늘 있으시고요. 저희 애 태권도 학원에는 굉장히 젊은 남자 사범님, 여자 사범님이 계세요. 학부모들에게는 엄청 깍듯하시고 애들하곤 무지 잘 놀아주셔서 감사 & 만족스럽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약 1시간 수업에 월 13만원, 심지어 토요일에는 2시간 정도 레크레이션 프로그램까지 돌립니다. 제로페이로 결제함 10% 할인이 됩니다. 학원 하나 보내려면 하나당 최소 20만원이라 생각했던 저인지라 그 합리적인 가격에 폭 빠져 간 날 바로 등록해 부렀습니다. ㅎㅎㅎ 이 곳 개관 22주년이라고 도복과 가방도 무료로 받았으니 수지 맞았다는 말밖에.

 

 

 

 

근데 그거 아십니까? 태권도 학원 수업이 50분이잖아요. 거기서 15-20분만 태권도 동작을 배우고요. 나머지는 각종 생활체육을 두루 체험토록 커리큘럼이 짜여져 있습니다. 음악줄넘기, 뜀틀, 공놀이, 암벽등반 그리고 그냥 막 노는 것도 포함입니다. (예: 에어바운스 활용) 사실 8~9살 애들이 50분 내내 태권도만 한다 생각해 보세요. 국가대표 나갈 것도 아이고 꽤 지루할겁니다. 학교 체육시간에 할 만한 것들이라 일종의 선행학습(익숙해지는 수준) 효과도 있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태권도 학원을 추천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저희 애는 처음 보는 친구한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활달한 아이이고 움직이는거 좋아하고 흥도 많아요. 근데 규칙을 정해 다함께 하는 신체활동이 유독 부끄럽다며 도망다닌 경우가 여러번 있었습니다. 태권도 학원도 등록 다 해놨더니 자기는 친구들 옆에 서서 태권도 동작하는건 싫다고 사람들이 다 자기만 볼 것 같다고 안다니겠다지 뭡니까. '일단 뒤에 앉아서 보기만 하자' 작전으로 이틀 정도는 저와 뒤에 같이 앉아 있고, 이런 상황에 익숙한 관장님이 조금씩 조금씩 전법으로 아이를 달래 지금은 처음 PT체조부터 발차기까지 아주 자연스럽게 잘 합니다. 이렇게 잘할거면서~~~ 아이의 안하겠다는 말에 지레 포기했다 후회할 뻔.

 

태권도가 규칙을 가르쳐준다, 자신감을 키워준다, 사회성을 길러준다 하는 말을 이젠 이해할 수 있고 격하게 동의합니다. 게다가 요즘 코로나 시대에 학교 같은 반 친구들과도 친해질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 부족한 부분을 태권도 학원에서 채웁니다. (인원 제한, 체온 측정, 마스크 쓰기 등 철저 관리) 

 

교과목 공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건강한 신체와 정신이 그릇이 되어야 그 위에 뭘 부어도 쏟아지지 않고, 아이가 제대로 소화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우선 올 한해는 열심히 태권도 학원 다니게 하려고요. 며칠 전 노란띠로 올라간 기념 물구나무 서기를 보여준 아이 표정에 응봉산 개나리 포스팅하고 제가 지었던 뿌듯한 표정이 오버랩됩니다. 

 

 

 

 

당분간은 방과후교실 + 태권도학원 + 밀크티 체제로. 기회가 된다면 독서논술과 영어를 쪼매 더 접하게 해주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은 감이 안오는 여름방학에 뭔가 수를 내봐야죠.

 

유튜브, 위게임 해도 돼 아들아. 대신 다른 것도 골고루~~~ 다양하게 하고, 수업이나 책 읽을 때만큼 거기 집중 OK? 인사랑 대답 잘하는거 잊지 말고. 그게 사회생활의 반이다잉. 인생선배로서 알려준다잉. 잘 해보자 우리. 이 엄마가 회사일을 그만둔 보람은 있어야지.

 

 

 

 

덧붙임]

아, 3월 한달 동안 코로나 19 때문에 두 번 총 4일 정도 가정에서 원격수업이 이루어졌습니다. 1학년에 코로나 19 감염 의심 사례가 있어서(결과 음성), 어제 오늘은 인근 중학교에 확진 학생이 생겨 예방 차원으로 등교시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초반엔 학교 적응 기간이어서 EBS 수업 들으면 된다 안내해주시고 '위두랑'이란 모바일 학습 커뮤니티에 게시된 과제들을 하는 방식이었어요. 이번엔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 zoom 실시간 수업, 나머지 1시간은 위두랑 활용 방법을 병행하셨죠. 디지털 네이티브 아이들답게 zoom을 능숙하게 다루데요. 음소거, 손들기도 척척 발표도 척척하는게 무척 대견스러워 보였습니다. 밧뜨 애들은 애들인지라 자기 할 말 생기면 바로 재잘재잘, 가위 준비하라니까 '난 없다' '안전가윈데 괜찮냐' 질문이 100개, '화장실 다녀오겠다, 지금 00이 얼굴이 안보인다' 등등 지방 방송이 끊이질 않습니다. 선생님의 인내심에 박수를! 정말 고생들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