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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과 서울대

초등학교 1학년 방과후교실 시작, 서울대 보낼 수 있을까?

탄광촌 출신 서울대 졸업생 아지매의 아들내미 교육 이야기





안녕하세요, 요즘 들어 생각이 많아진 사진홀릭입니다.




아들내미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코로나 19 걱정은 여전해도 그나마 지금은 전사회적인 노력 덕분에 아이들이 작년처럼 아예 학교에 못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3월 2일 입학식을 하고(학부모들은 온라인 중계 시청) , 오늘부터는 방과후교실까지 시작됐는데요. 초등 입학과는 또다른 묘한 감정이 들더구만요. 초등학교 수업이야 그 나이가 되면 누구나 하는, 말 그대로 의무교육이지만 방과후교실은 공교육과 사교육이 결합된 상태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지만 받을 수 있는 '과외'교육인거잖아요.

1. 과연 나는 우리 아이 교육과 관련 어디까지 서포트해줄 수 있는가,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2. 우리 아이는 뭘 잘 하고 좋아할까
3. 내가 시키고 싶은 것과 아이가 하고 싶은 것 사이 차이가 생길 때 무얼 우선순위로 둬야 하는가
4. 결국은 서울대가 목표인가
5. 성공이란 무엇인가
6.....키즈폰을 사줘야 하나


방과후학교 하루 보내놓고 참 요란떤다 그죠? ㅋㅋㅋ



방과후교실 과목 일부

예상보다 방과후교실 과목이 더 다양했어요. 영어, 수학, 과학, 독서토론 등 비교적 교과목에 가까운 것들이 있는가 하면 피아노, 바이올린, 음악줄넘기, 드론, 뎃생 중심 표현미술, 페이퍼아트, 유튜브 크리에이터 되기, 바둑 등 예체능에 해당하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영어는 주 5일 매일 40분씩, 3개월에 20만원 + 교재 6만원 수준? 이 정도면 비싼건지 저렴하면 얼마나 저렴한건지 아직 감이 없슴당. 밀크티가 기기값 포함 한달 10만원이니까 그거랑 비교함 되게 착한 가격인 것 같기도 하고...그런 가격에 대한 고민, 국영수를 해야 할지 예체능 계열로 여러 경험을 쌓아 보는게 좋을지부터 선택의 연속!




이게 과목마다 요일과 시간대가 다르고 중복 신청은 안되니까 시간표를 전략적으로 잘 짜야 해요. 매일 가는 태권도 학원까지 감안해 최종적으로 월 수 금 12시 수학, 월 1시 독서토론, 화 목 1시 재즈피아노, 수 1시 뎃생, 금 1시 페이퍼아트로 신청을 완료했습니다. 선착순 신청이라 간만에 수강신청하는 대학생 모드로 돌아가 열나게 클릭질해 원하는 시간표를 만들 수 있었슴당.

혹시 몰라 아빠 디지털 시계를 채워주고 수업에 적어주기도 했으나 아직은 무리였나 봄

문제는 요일마다 수업이 다르고 장소가 다르다보니 애가 당분간은 많이 헷갈려하겠다는 것? 오늘도 방과후교실 수업이 분명 2개라고 20번은 말한 것 같은데 1개 마치고 교문에서 절 기다렸대요. 울면서용. 시간대별로 아이들을 픽업하러 가는 태권도 사범님이 전화를 해주셔서 버선발로 달려갔다는요. 이럴 때 전화가 있으면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별로 전화해 알려주고, 애도 "엄마 왜 안 와?" 전화로 물어봤을텐데. 이거 그렇다고 방과후수업 하나 끝날 때마다 교문에 서있을 수도 없고 참~~~ 그래서 키즈폰 구입을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8살이면 다 큰 것 같아도 어디 혼자 다녀오라 전적으로 맡기기는 불안한 나이. 당황하면 다른 생각 못하고 엄마를 외치며 울 수도 있는 나이. 아이의 동선이 복잡해질수록 제 마음도 복잡해집니다 그려. 방학엔 어쩌고 또 한번 큰 변화가 있을 2학기엔 어쩌나. 3월이 절반 정도 지나고 이제 좀 세팅이 됐나 싶었으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 음 언제까지 애 수행비서를 해야 하는 거지 궁금쓰 고민쓰.




오늘 아침 9시에 등교해 오후 2시 40분에 방과후교실 끝, 태권도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온 시간이 오후 4시. 초등 1학년에게 가혹한가도 싶지만 "아들아 이게 다 너를 위해 그런 거란다.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만 일단 공부를 어느 정도 해야 나중에 선택권이 넓어져요"...뒤에는 "서울대 가야지"라는 말이 생략됐을지 모릅니다, 저도 모르게.

저는 강원도 탄광촌에서 4~5살 어린 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습니다. 그때만 해도...학원 안가고 쪽집게 과외 안 받아도(대신 학습지는 좀 했쥬) ①수업시간 안 자고 집중해 공부하면, ②야자 때 열심히 문제집 풀면서 시험 감각을 익히면, ③시골학교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조금 공부를 한다 싶음 선생님들의 관심과 케어가 집중됨. 각종 경시대회 기회가 모두 저에게. 밀착 입시상담을 해주셨고 수시 중 학생회장 전형을 노려 아무도 입후보하지 않은 상황 홀로 선거에 나가 회장이 됨) 서울대를 갈 수 있었어요. 2001년 수능이 난이도 진짜 애매하게 출제된 요상한 시험이었는데 수시에 합격할 성적은 돼 가지구 큰 고생 없이 서울대 입학을 결정지었습니다. 시골학교 전교학생회장 전형이었나 아마 그랬을 겁니다. 선생님의 전략이 적중했던 거죠. ㅎㅎㅎㅎ



좀 놀던 대딩 시절

제가 갈 때는 돈 없고 공부를 기똥차게 잘 하는 건 아니어도 운에 따라 갈 수도 있는 학교, 가보면 별거 없는 학교(그 때도 의대나 법대는 다른 세계로 느껴졌지만), 결국 거기서 배운건 별로 없지 않나 싶은 학교였걸랑요. 우리 애를 보내려니까 왜 이리 넘사벽처럼 보인단 말입니까. 진짜 공부 잘 하는 선택받는 애들만 가는 것 같고, 거기 들어감 인생이 성공한 것 같고 이 지랄.

요새 서울대 관련 뉴스 중 사회에 긍정적인 건 눈 씻고 찾아봐도 없드만~~~~ 인성교육을 필수교양과목으로 넣어야 할 것 같은 일부 학생들의 생각도 우려스럽더만~~~ 그래도 아이 교육 문제에 있어서는 서울대를 외치게 되는 웃픈 현실. ㅠ.ㅜ




아니에요. 반에서 1~2등 하길 바라는 건 아닙니다. 학업 성적은 중상 정도? 그보다 중요한건 자신이 흥미있어 하는 무언가가 생겼음 좋겠습니다. 전 대학 가서도 못 찾은 적성과 흥미를 초 1에게 바라고 앉아 있습니다. 등하교 도와줄 때 주변 엄마들 얘기가 들려요. "공부 그렇게 유난 떨면서 시키고 싶은건 아니야. 반에서 중간 정도만 했음 좋겠는데... 거기 영어학원은 어떻대?" 다 중간 하면 하위권은 누가 하나요? 결국은 경쟁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일단은 학교 공부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숙제 등 열심히 돕고, 방과후교실 최대한 활용하고, 밀크티 학습지 하나 하는 걸로 '탄광촌 출신 서울대생 아들내미도 서울대 보내기(를 굳이 해야 하나 여전히 의문)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렵니다. 1학기 영어는 우선 제가 어떻게든 해보는 걸로. 뭐 초등 1학년 영어니까 쿨럭.

과연 이 여정의 끝은 어디일지,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제가 뭘 했고 아이는 어떤 자기주도학습 형태를 보였는지 앞으로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겠습니다.

아들아, 이제 시작됐다. 서로 너무 피곤하지 않게 우리 잘 해보자....내일 방과후교실은 피아노다 두둥. 감성지수 높여야지.